[한경에세이] "잘 견뎌줘"

입력 2022-10-19 17:57   수정 2022-10-20 09:51

“앞으로 힘든 트레이닝 과정이 있을 텐데 잘 견뎌줘.”

생경한 분야에 발을 들여놓는 후배를 위해 인생의 선배로서 내가 던진 조언이다. 무작정 “잘해”보다는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말을 해주고 싶었다. “앞으로 헤쳐 나갈 길이 만만치 않아. 뒤돌아보면 아무것도 아니겠지. 그런데 그렇게 얘기하려면 엄청난 역경을 견뎌야 해.” 필자가 걸어온 길을 되새겨보니 한순간도 호락호락했던 적이 있었나 싶다. 매 순간 전쟁터 같은 이곳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쳤던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여러 분의 대표를 모셨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분은 대기업 출신인 한 사장님이었다. “디테일을 놓친 리더는 결국 모든 것을 놓친다.” 필자가 현장에서 뛰어다니던 당시에는 모든 것을 직접 손으로 해야 했다.

행사에 참여할 초청자를 위한 의전, 배우의 동선을 확인하는 무대, 객석 끝에서 노래가 어떻게 들릴지 좌우하는 음향, 조연들의 동작까지 허투루 보낼 수 없는 조명 등 이 모든 과정이 나의 머릿속에 뿌리 깊이 자리 잡고 있었다. 흡사 공장장이 제작 공정이나 원료, 기계 작동, 심지어 작업자들의 습관까지도 간파하지 못하면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는 선배의 가르침을 한순간도 잊은 적이 없었다.

서울의 가을 하늘을 예술로 물들게 하겠다는 포부로 두 달 전, 다양한 장르의 축제를 통합하는 ‘아트페스티벌_서울’ 브랜드를 론칭했다. 내달 19일에 폐막할 <서울융합예술페스티벌>로, 이제 필자가 준비한 모든 축제가 막을 내리게 된다.

물론 아쉬웠던 순간이 없던 것은 아니다. 다섯 달 넘게 밤낮을 가리지 않고 준비한 ‘한강 노들섬 오페라’가 그것이다. 단 이틀의 공연을 위해 노들섬의 문지방이 닳도록 현장을 오갔지만, 첫날은 성료했으나 무심한 하늘은 둘째 날까지 내어주지 않았다. 공연 시작 직전까지 하늘을 짙게 드리운 먹구름은 심장을 옥죄어왔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강수 확률을 확인하며 제발 비가 멈추기를 기도하는 것뿐이었다.

막이 오르는 직전까지 취소 결정을 주저한 이유는 힘든 과정을 버텨준 직원과 관객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래서 1㎜의 매뉴얼에 따라 결단을 내릴 수 없었다. 하지만 우리는 첫날에 함께한 1500명의 감동을 위안 삼아 예술섬으로 다시 태어날 노들섬에서 공연예술에 흠뻑 빠질 시민의 모습을 그려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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